Chang Eun Jung Solo Exhibition

2021.06.11 유니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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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 장은정 전시에 부쳐 -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고민을 한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그런 작가의 고민은 작가 자신의 즐거움에 기인한다. 반복 되는 형과 틀의 변주들이 또 다른 즐거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 반복되어 단련된 표현기술은 마치 무의식의 표현에서 나오는 자동기술적 드로잉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장식미술이나 디자인적 표현만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되는 작은 소품 중 ‘觀’이란 작품을 보면서 필자는 관(觀)과 또 다른 견(見)을 보게 되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에 대한 ‘봄’이 아닌 “자세히 보다.”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표면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작가의 근원적 즐거움,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열의들이 작은 원과 입체적 사각형, 색으로 이루어진 매듭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냄을 알 수 있었다.

촛불의 형(形)은 중첩되며 커다란 산을 이루고, 또 다른 촛불로 다가오듯 어떤 이들에게는 촛불이 갖는 상징적 의미로 보기도 하지만 작품은 마치 서울 야경 속 수 많은 집과 그들의 이야기, 소중한 삶이 담겨있는 작은 불빛으로 보인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우리들의 작은 공간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작가는 작가에 대해 하나의 규정에 얽매임을 경계하지만, 그것도 그림에서 느끼는 보는 이들의 자유이며 그들에게 주는 작가의 선물일 것이다. 작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유를 앗아 가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가 들려주는 속삭임 속에서 다른 의미의 자신을 보게 되는 자율을 선사한다.

또 다른 작품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매듭과 끈은 우리를 그림 속 이야기로 잡아 끈다. 인연(因緣)으로 연결된 색색의 끈은 작가와 주변을 연결하는 고리이며 하나로 묶거나 풀어짐의 반복은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끈질기게 연을 이어가고자 한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근원적 형상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다시 큰 원을 이루며 그 안의 생명을 감싸고 있다. 마치 옹달샘 소금쟁이의 움직임에 생겨나는 파동처럼, 작품에서 리듬과 음률이 흘러나온다. 맑고 투명한 작가의 자기성찰에 대한 즐거움이 전해진다. 그 즐거움은 작은 것에서 출발하여 넓게 퍼져 간다. 기분 좋은 속삭임처럼.

이미 작가는 추구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의 언어를 찾았을 것이다. 부드러우며 섬세하게 다가오는화가 장은정의 작품은, 누구에게는 휴식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찾아온다. 길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삶, 작가는 그렇게 오늘도 작업을 한다. 삶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다해 우리들과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오엔 관장 박 정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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